토마토 잡담



나는 한 번도 토마토를 제대로 좋아한 적이 없는데 그 바탕에는 토마토에 대한 오랜 의문, 토마토는 과일인가 채소인가? 하는데 있을 것 같다. 과일로 먹기에 토마토는 그다지 달지도 않고 단단한 과일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쭉쭉거리며 먹어야 하는 방식도 탐탁치 않고. 우리 식단에 토마토는 채소 베이스가 전혀 아니고 최근 몇 년 사이에나 젊은 층에서야 토마토 소스라는 것을 만들어 먹고 있지, 토마토를 식사로? 라고 믿기에는 갈 길이 멀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한국에 살지 않은지 몇 년 되었기에 그 사이에 한국 먹거리 힙스터들의 경향이야 전혀 알 수 없지만, 외국 음식이 아닌 우리 전통 음식에 토마토를 섞어 만드는 메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그래도 들지 않지만 제보가 있다면야 즐거운 놀라움이 될 듯. 

나는 2007년에 프랑스에서 전 남자친구가 토마토를 넣어 만들어 준 생선 수프의 감질맛에 대해 놀란 적이 있다. 이 나라 생선 수프라야 생선 쪼가리가 겨우 있을 듯 말듯 그 생선의 향과 걸죽함과 따뜻함으로 먹는 것인데 비린내 나는 생선을 양파와 볶다가 토마토 몇 개를 물과 함께 뭉근해질 때까지 끓여주니 토마토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이 싹 사라지고 그 맛의 수준이 맵지 않은 생선탕 수준까지 올라간다. 2007년이라면 아직 서른도 되지 않았고 프랑스도 겨우 1년 밖에 몰랐기에 요리에 넣는 토마토에 대한 경계심이 상당했고 그 뒤로 토마토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는. 

하지만 생 토마토를 메인 재료로 식사를 한다, 라는 생각을 갖기까지는 그 뒤로도 5년 이상이 흘러야 했을만큼 토마토를 식단의 한 구성원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토마토가 과일인가 채소인가 하는 뿌리깊이 주입된 의문만큼이나 그 벽이 높았다. 


이렇게 저렇게 토마토를 식단으로 끌어들인 이후에는, 어렸을 적에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전혀 또 다른 질문들에 맞닥드리게 되었는데, 바로 "맛있는 토마토"를 선정하는 것이다. 토마토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잘라서 설탕 뿌려 먹으면 맛있는 디저트였던 토마토가 이제는 "맛"이 있는 토마토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천편일률적으로 깔끔하게 생긴 토마토는 육류, 어류 요리에 넣고 같이 끓여서 소스로 쓰면 좋지만 대부분 생으로 먹기에는 별다른 맛이 없다. 이것은 (주로) 유럽 남부 지방에서 공장 단위 아닌 소규모로 재배한 토마토를 먹어보기 전까지는 감이 잘 오지 않는다. 노란 토마토도 있고 길죽한 토마토도 있고 꽃처럼 퍼진 토마토도 있고 farci용의 커다란 토마토, 체리 토마토, 다양한 토마토가 많은데, 한국의 요새 토마토 맛과 모양과 질이 어떤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여름이라기엔 아직도 쌀쌀한 빠리지만 남부 쪽에는 이미 여름이 왔고 토마토며 체리며 모두 익어가고 있다. 최근에 시부모님께서 남서부에 있는 집에 다녀오시며 커다란 토마토 3개를 건네주셨기에 거침없이 고민하지 않고 메인 메뉴 토마토 샐러드로 선정. 토마토의 즙과 올리브유가 섞여 만들어내는 소스를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맛있는 토마토를 구해 집에 초대해서 권해주고 싶다. 토마토를 적당히 얇게 잘라 채썬 순한 양파와 함께 겹으로 쌓아서 어느 정도 놓아둔다. 약간의 식초와 소금 후추를 기호에 따라 먹기 전에 넣어주고. 원한다면 샬롯으로 대체하거나 마늘을 함께 넣어주는 것도 다양한 방법이겠지만 나는 달콤한 양파, 잘 익은 토마토, 올리브유 세 가지 만으로 메인을 만들어 놓고 생염소 치즈와 콩테 치즈 그리고 돼지창자로 만들어진 엉두이으 (andouille) 슬라이스 그리고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대망의 재료,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바게트를 곁들였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차려준 그저그런 디저트로 살던 토마토의 역사가 이렇게 누군가에게는 당당한 식단의 한 구성원이 되었는데, 토마토, 어떻게 드시나요?




덧글

  • 2014/05/30 20:3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6/02 17:5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soul sister 2014/05/30 20:37 # 답글

    차가운토마토 설탕 뿌려서 먹는거요! 다먹고 남은 국물까지 마시면 끝(๑´ڡ`๑)
  • novlike 2014/06/02 17:50 #

    그 때의 국물(?)을 먹기 위해 가족들이 토마토를 다 먹기만을 기다렸던 기억도...흐흐.
  • 아크로봉봉 2014/05/30 21:30 # 답글

    여름에는 가스파쵸로 시원하게 만들어도 참 맛나죠^^
  • novlike 2014/06/02 17:51 #

    봉봉님, 감사합니다. 이번 여름엔 가스파쵸 시도?! (메인 메뉴는 토마토 샐러드 흐흐)
  • 2014/05/30 22:4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6/02 17:5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sunho 2014/06/02 00:12 # 답글

    블로그도 근사하고 쿡유어소울도 끝내줘요. 천천히 잘 둘러볼게요. 감사합니다.
  • novlike 2014/06/02 17:52 #

    선호님, 감사합니다. 저도 선호님 끝내주는 블로그 그때그때 잘 보고 있어요-
  • 관객 A 2014/06/09 21:49 # 답글

    채식주의를 선언한 흡혈귀 구스타프씨의 난감
    (그냥 써본거임. 별 뜻 없음)
  • novlike 2014/06/11 18:48 #

    저런 난감스러울 때가! :)
  • 2014/06/27 14:4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9/02 19:2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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